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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
 
한국조명신문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大記者·조명평론가     ©한국조명신문

 
일본에는 "한 번도 후지산을 오르지 않은 사람은 바보, 두 번 오른 사람 또한 바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2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의미는 무릇 일본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남들이 다 올라가보는 후지산에 한 번쯤은 올라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후지산은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사랑을 하는 산일뿐만 아니라, 누구나 올라가보고 싶어하는 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다 올라가본 후지산에 자기만 올라가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일본인 축에 들 수 없는 사람, 즉 바보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그렇게 일본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산이라고는 해도 후지산에 두 번이나 올라가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후지산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풍경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후지산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은 “애개, 이게 뭐야? 죽자고 힘을 들여서 올라왔더니 별로 볼 것이 없네?”라면서 올라온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런 산을 두 번이나 올라가는 것은 “생각 없는 ‘바보’나 할 짓”이라는 것이지요.

◆‘후지산’을 두 번 올라가지 않는 이유
아무튼 후지산을 두고 일본인들이 하는 이 속담에 담긴 진정한 뜻은 “후지산은 직접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웅장한 모습을 바라다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는 신간선을 타고 가다가 만나게 되는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눈 덮인 후지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장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렇듯 후지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웅장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꼭대기에 올라가보면 별로 볼 것이 없어서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겉은 화려하기 짝이 없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빈약하기가 짝이 없더라”라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사자성어에 꼭 들어맞는 산이 ‘후지산’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은 ‘후지산’ 외에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유창한 언변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고나서는 지역구나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 거들먹거리면서 눈앞의 이권이나 챙기려드는 사람들도 ‘후지산’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외화내빈’과 ‘배은망덕’의 사이에서
이런 국회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럴 듯한 말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홀리다가 자기가 속에 숨겨두었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내가 당신을 언제 보았느냐?”거나, “내가 당신을 또 언제 보겠느냐?”고 하는 식으로 안면(顔面)을 싹 바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기의 이익만 얻고 난 뒤 상대방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본체만체 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자기에게 무슨 부탁이라도 할까봐 미리 관계를 끊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놓고 사람들은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다”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들을 배신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자기가 얻은 공덕(功德)을 망각한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배은망덕’이란 ‘사람의 탈’을 쓰고서는 차마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배은망덕한 사람’에 대해 “개도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주인은 물지 않는 법”이라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생각하며
그렇기는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배은망덕한 행동’을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로 생각하는 풍조도 이제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사건과 사고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자식이 자기를 낳고 길러준 부모를 살해하거나, 자기를 믿고 회사를 맡긴 친구를 배신하고 회사의 재산을 뒤로 빼돌려서 알거지로 만들거나, 자기를 믿고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을 속이고 주주에게 나눠줘야 할 회사의 이익을 몰래 착복하거나 한 ‘오만가지 배은망덕한 이야기들’이 난무합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분의 자제가 친아버지와 이혼 한 뒤 다른 사람과 재혼한 어머니와 양부(양부)의 가족들을 한꺼번에 살해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마치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보면“왜 우리네 선조(先祖)들께서 ‘배은망덕’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라고 말씀하셨을까?”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과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중국의 대륙을 가로지르는 황하(黃河)나 장강(長江)의 거센 물줄기처럼 이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는 ‘배은망덕의 세태’를 누구 한 사람만의 힘만으로 멈추게 하거나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는 세상”이나 “적어도 진심을 다해 도와주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지는 않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의 기준까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디 사람과 사람끼리 서로 진심으로 이해하고, 서로 돕고, 서로 배은망덕하게 살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大記者. 조명평론가.

 
2019/07/04 [18:17] ⓒ 한국조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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