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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김중배 : 본지 발행인 겸 大記者. 조명평론가 .
 
한국조명신문
 
▲ 김중배 : 조명평론가.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 한국조명신문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시작은 순전히 일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함께 일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 호감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저절로 밖으로 튀어나와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녀석은 좀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한창 뜨겁게 다가왔다가 갑자기 찬 얼음처럼 식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이별’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남자 쪽이든, 아니면 여자 쪽이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결과는 ‘헤어짐’밖에는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게 말합니다. “우리 헤어지자. 아니, 우리 헤어져”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것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2001년 9월 28일 개봉됐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감독했던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당시 한창 피어나던 두 배우 이영애(은수 : 방송국 PD)와 유지태(상우 : 사운드 엔지니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봄날의 벚꽃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가 봄날의 벚꽃처럼 화르르 떨어져간 젊은 날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을 절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도 다시 보면 그들의 사랑이 마치 나의 사랑인 것처럼 마음이 아려오는 영화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입니다.
 
#2.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이 세상에 사랑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 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언제 어떻게 해서 떠나갈 줄을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습니다. 살다보니 사랑이 찾아오고, 살다보니 사랑이 떠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어떻게 해서 시작이 되고, 또 어떻게 해서 끝이 나는가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사랑에 대한 연구 결과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사회심리학자인 스탠턴 필이 발표한 ‘콩깍지이론’입니다.

스탠턴 필은 “사랑은 일종의 마약중독 상태”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마치 마약중독자들과 같이 사랑에서 황홀감을 맛보고, 지금의 즐거운 ‘감정’과 ‘절정’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스탠턴 필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PEA), 엔돌핀, 노르에피네프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PEA가 신경세포를 적시면 황홀감을 느끼고 행복감에 도취되는데, 이는 강력한 천연 마약 성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킨십을 하고 싶어지고, 하루 종일 마주 보고 있어도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PEA의 문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육체는 같은 화학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은 감소합니다. 그래서 황홀감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지고 점차 사랑의 열기도 식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사랑이 식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PEA가 지속되는 기간은 최장 3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의 유효기간’, 다시 말해 사랑 때문에 씌워졌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봐야 3년이라는 얘기입니다.
 
#3. “그래도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때는 ‘사랑’할 때라고 합니다. 반면에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때는 ‘이별’을 할 때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사랑의 기쁨이 ‘플러스 100점’이라고 하면 ‘이별의 고통’은 ‘마이너스 100점’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사랑과 이별 사이의 간극(間隙)은 크고 멉니다.

그래서 은수가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상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고 되물었을지도 모릅니다. ‘플러스 100점’이란 사랑을 하고 있는 상우에게 갑자기 찾아온 ‘마이너스 100점’짜리 이별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테니까요.
 
#4. “사랑이여 안녕, 이별이여 안녕”
저는 이 영화를 그동안 5번쯤 보았습니다. 왜인지 마음이 쓸쓸할 때, 아니면 불현 듯 사랑이 그리울 때 말입니다. 그 때마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장면, 그리고 다시 찾아온 은수를 상우가 말없이 보내는 장면에서 마치 내가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을 하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우가 은수에게 끝까지 하지 않았던 말이 하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영화에도, 시나리오에도 없지만 저는 “아마도 상우가 은수에게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은수, 네가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는 것입니다.

“이 생명 다 바쳐서 죽도록 사랑했고, 순정을 다 바쳐서 믿고 또 믿었는데…” ‘봄날은 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가사입니다. 상우는 은수와 헤어진 뒤에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고 취해서 이 노래를 목 놓아 부르고 또 부릅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차마 말하지 못한 상우의 쓰라린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상우는 은수와의 사랑이 깨져서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사랑과 믿음을 저버린 은수의 배신이 더 마음 아픈 것입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는 이 영화의 대사 한 토막처럼 요즘 세상이 한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오늘에 와서는 “이제 그만 헤어지자”면서 배신이란 얼굴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으로 슬프기 짝이 없는 세상이고 시절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중배 : 조명평론가.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大記者
 

 
2018/12/14 [09:45] ⓒ 한국조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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