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LED조명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약 200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개의 업체라면 지난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광동성 중산시 고진(古鎭 : 구전)에서 개최된 ‘2018 중국(구전)국제조명전시회’에 참가한 업체 수 2000개와 거의 동일한 숫자이다. 국내에서 사업 중인 2000개 업체들이 참가해서 ‘2018 한국국제조명전시회’를 개최하고도 남을 정도의 업체 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말단 행정단위인 진(鎭)에서 개최하는 조명전시회에 2000개가 넘는 조명 업체들이 참가하는 구전의 예와는 달리 국내에는 이렇다 할 조명전시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조명전시회라는 이름을 단 전시회가 열린 것은 2009년 4월에 개최된 ‘2009 서울국제조명전시회’가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LED/OLED전시회’가 등장해 매년 6월에 열리고는 있으나 전시회 이름에 나타나는 그대로 LED와 OLED를 위한 전시회지 조명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지닌 ‘조명전시회’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럼 왜 중국과 한국의 조명산업 간에는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정말로 조명사업, 그 중에서도 조명 제품 제조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국내의 2000개 LED조명 업체 가운데 제조업체라고 말할 는 것은 5%인 100개에도 못 미치고, 그 중에서도 실제로 조명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제조업체는 3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제품을 수입해 오거나,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서 나사 몇 번 조이는 식으로 조립을 해서 완제품을 만드는 흉내를 내는 업체라고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衆論)이다.

이런 식이면 국내에서 팔 제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해외에 들고나가 “한국산 조명 제품이요” 하고 팔 수 있는 제품은 만들기가 어렵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의 조명전시회에 참가하는 한국 조명업체들의 숫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서는 국내에 ‘조명사업’은 있으나 진정한 ‘조명산업’은 없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한국 조명산업의 위기인 셈이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는 길은 진짜 국내에서 조명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수용 업체가 아니라 해외시장에 나가서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업체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조명산업이 유지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조명시장에서 한국 조명산업의 존재와 알릴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국내 조명업계나 조명업체들 스스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필연적으로 정부의 거시적인 안목의 마스터플랜과 치밀한 계획, 예산의 투입이 요청된다.

따라서 정부는 조명산업을 육성,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서둘러 역량 있는 국내 조명 제조업체의 양성과 육성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보다 많은 국내 조명업체들이 세계 조명시장에 나가 경쟁에서 이기고 외화를 벌어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 정부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